우리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를 대표적으로 나타낸 시인 김소월의 "못 잊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고난에 찬 역사를 살았던 우리 조상님들의 고초와 고난, 거기에서 말미암은 한을 누구보다 더 여실하게 표현하고 표출한 시인 김소월은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삶을 살다가 이른 나이에 죽었습니다. 그의 여러 시중에서 오늘은 "못 잊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못 잊어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일들과 사연을 겪게 됩니다. 그러면서 유독 잊히지 않는 사람과 사연이 있습니다. 그것을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한 세상 살아도, 세월만 가라고 맡겨 두어도 도무지 잊히지가 않습니다. 가슴 깊이 맺힌 슬픔이, 한이 풀리지가 않기 때문이죠.
떠나간 애인을 그리는 마음, 사별한 배우자를 그리는 슬픔,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는 자식의 가슴 맺힌 슬픔이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에게 이런 감정이 보편적으로 있는 것이지만 유독 우리 민족에게 이 정서는 뚜렷하고 깊이 우리의 심성에 각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의 1, 2연에는 이런 못잊어하는 한을 노래하고 있는데, 제 3연에서 약간 반전이 일어나, "또 한긋" 이런 점도 있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또 "한긋"이란 말은 또 다른 한 편으로란 뜻이겠죠. 또 다른 한편으로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라고 역설적으로 말을 합니다. 즉 못잊어 죽을 지경이어서 지금까지는 또렷이 너무너무 얼굴도 생각이 나고 사연도 생각이 났는데 왜 갑자기 얼굴이, 사연이 가물가물해지느냐? 고 자신에게 원망과 푸념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고 세월이 가니 절대 못잊겠던 얼굴과 사연이 이제 희미해져 가서 잊으려고 하는 대상이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이 또 하나의 한이 되는 거겠죠.
소월은 소박한 시어로 인간의 고통을, 우리의 한을 한 차원 높게 토로한 참으로 천재 시인입니다.
이 시를 김동진 선생님께서 가곡으로 작곡하셨습니다.
https://youtu.be/hQrhfX889 k0? si=pU6 SxiN5 qiw-Bk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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