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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는 노래. 가을 편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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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곡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지금 이 계절에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유경환 시, 박판길 작곡 가곡 "산노을"입니다. 

 

가사를 보면,

 

먼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 넘어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듯한 마음

아 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왔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나무에 가만히 기대 보면

누군가 숨었네

언젠가 꿈속에 와서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잔가

 

돌아서면 수줍게 눈감고 가지에 숨어버린 모습

아 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섰던 그리움 바람되어

긴가지만 어둠에 흔들리네

 

시골의 단독주택에 사는 어떤 선비가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문뜩 해가 넘어가는 장면을 창문 넘으로 보게 됩니다. 그 빨갛게 서쪽하늘을 물들이며 넘어가는 해를 보고 그 처연한 광경에 가슴이 뭉클해져 그 선비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자연이 아름답게 우리의 심상에 비칠 때 우리는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그 일몰을 보는 그 순간 눈물이 맺히며 누군가 선비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목소리는 그동안 잊어버렸던, 오래전에 만났던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산울림으로 선비에게 다가왔습니다. 산울림이라는 말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산이 바람을 맞아 윙~ 윙 울잖아요. 저가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랄 때 겨울에 세차게 바람 불면 산이 윙~ 윙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도시에 살면 그런 자연의 웅대한 소리를 들을 수가 없죠. 그 산울림이 선비를 울게 만들고, 드디어 노을이 떨어져 노을 맞은편에 맺힌 산그림자가 사라지고 가까이 다가온 산봉우리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2절을 보면 

 

시적 자아는 나무에 가만히 기대 봅니다. 나무에 기대면 참 편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대니 그 옆에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군가는 내가 꾼 꿈 속에 찾아와 내 마음을 흔든 그 어떤 사람이 아닐까요?

 

그래서 시적 자아는 돌아서 보니 그 "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자"는 수줍게 숨어 버리고, 시적 자아에 성큼 다가섰던 그리운 대상은 바람이 되어버리고, 나무 가지만 어둠에 흔들립니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시입니다.

 

박판길 선생님은 서울대 작곡과를 나와 첫 부임지로 경복고등학교에 갔는데 유경환 시인과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습니다. 박판길 선생님은 초기에는 관혁악곡등의 기악곡에 주로 작품을 쓰셨는데 나중에 가곡에 관심을 가져, 제자인 유경환 시인에게 좋은 시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마침 유경환 시인이 이 "산노을"을 드렸던 것입니다. 박판길 선생님은 이 시를 보자마자 단번에 홀딱 반했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참으로 아름다운 가곡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곡은 단조로 작곡되어 있고 노래가 진행하는 도중에 박자가 바뀌고 음의 변화가 심해 부르기가 아주 어려운 노래입니다.  그러나 잘 소화해서 부르면 너무나 감동적인 노래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연과 우리 민족의 내면세계를 여실하게 드러낸 곡입니다. 쓸쓸하면서도 깊은 자연과의 일치, 그 속에서의 생에 대한 성찰이 아름답게 펼쳐져 우리 마음을 한없이 깊은 차분한 정신세계로 이끕니다. 이 가곡이 주는 분위기와 서정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드러내주는 곡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곡입니다.

 

이 노래를 들어본 외국인들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테너 신영조 선생님의 연주 영상을 올립니다.

 

https://youtu.be/BEQo4-fS4m0?si=teKT0bXraPiMNT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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